올해를 여는 아버지의 한자성어는 회자정리 거자필반 이었다. 사실 '회자정리' 라는 말을 대학에 와서 친구가 지하철에서 나한테 말했었는데 이걸 모르냐고 하며 부끄러웠던 기억이 아주 생생한데! 그 뒤에 거자필반까지 있었을 줄이야 세상에나
회자정리 거자필반은 만남에는 모두 헤어짐이 있고, 헤어진 사람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라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딱 처음 듣고나선 연인과의 이야긴 줄 알았는데, 인스타에 한자성어 사진을 올렸다가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듣고 찾아보니 인간관계의 덧없음이라는 전혀 다른 뜻이였다. (법화경이라는 불교경전에 있는 말이다보니, 윤회와 연관된 뜻일까 하고 생각해 봤다.)
어쨌든 사람과의 만남에는 이별이 있고, 이별이 있다면 재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며칠간 알고 있던터라 '좋은 재회'에 대해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나는 것, 그 재회는 어떻게 하는 것이고, 좋은 재회는 어떤 것 일까?
사실 이번 연애를 하면서 좋은 연애를 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과연 좋은 연애는 무엇일까? 싸우지 않으면 잘맞는 연애이고, 결국 좋은 연애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는데 이제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매우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이란 것을 해보니 좋은 연애를 할 것이라면 애초에 '우리는 다르다.' 를 기본으로 두고 많이 싸우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위해 하나씩 맞춰가면 된다. 우리의 패착은 '자주 싸웠다'가 아니라 '제대로 싸우지 않았다'라고 생각한다. 즉 잘 싸울줄 몰랐다는 것인데, '싸움'이란 나쁜 것으로 피할 것이 아니라 서로를 생각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헤어짐의 문제는 싸움의 컨텐츠가 아니라 이러한 싸움방법들의 오류로 인해 같은 내용을 말하고 들었어도 상대방에 입장에서 받아들이는게 달랐고 서로를 잘 몰랐던 나머지, 반복되는 싸움들이 해결과정이 아닌 감정소모로 끝나 지쳐 헤어짐에 이르렀던 것 같다.
자 이제 재회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면, 재회는 포기하지 않고 내가 달라진 모습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게 중요한데 지난 연애를 통해 성숙하고 바뀐점이 있어야 비로소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미성숙한 내가 아니라, 같은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행동의 변화로 끌어낼 수 있다면, 혹은 그럴 자신이 있을때 재회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다시 만나는 것보다 다시 헤어짐이 없게 하는 과정들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헤어진 공백기동안 자기성찰과 뼈저린 반성을 통해 내면의 사고방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한순간의 너무 보고싶다 라는 마음으로 짧은 공백기만 갖고 충분히 변하지 못한 상태로 재회하게 되면 앞서 일어난 싸움이 다시 반복될 뿐이다.
우리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나라는 아이덴티티를 잃을만큼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본성은 쉬이 변하는 부분이 아니라지만, 우리는 사람이 아닌가. 사람은 발전할 수 있고,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는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데, 대부분 상황모면을 위해 '바뀌겠다.' '조심하겠다.' 등의 입에 발린말로 넘어가려고 한다. 이 근본적인 사고방식을 바꾸지 못하면 이성으로 억눌렀던 내 잘못된 모습이 다시 나타나 상대방에게 다시 이전의 싸움이 반복된다는 더 큰 감정소모만 유발하게 된다.
결국 지난 연애를 통해 양쪽이 모두 다 성숙해진 상태로 다시 만나야 재회가 아닌 '새 연애'로 시작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나는 단순히 내가 좋은걸 상대방에게 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인줄 알았지만, 이 트루러브는 진짜 나를 잃지 않는 선에서 상대방을 변화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다.